단통법, 무인 매장 안착에 꼭 필요
무인 매장은 '통신사의 유통사化'
‘바로도착’ 서비스는 품질 유지가 관건
지난 7월 13일 SK텔레콤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이하 '단통법') 장려금 개정을 반대 입장을 취한 기사를 접했다 (관련기사 1). 단통법은 통신사의 마케팅 활동을 규제하는 법으로 통신사들이 개정이나 철폐를 희망할 줄 알았는데 반대의 입장이어서 놀랐다. 하지만 7월 19일에 접한 SK텔레콤은 휴대폰 유통 혁신 전략으로 O2O서비스와 무인 매장 계획을 보고 SK텔레콤의 의도를 조금 알 것 같다 (관련기사 2).
1.'SK텔레콤, 단통법 찬성해야만 하는 이유'
SK텔레콤은 ‘언택트 시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저는 SK텔레콤의 진짜 목적은 단통법을 기회로, ’비용절감’과 ’시장 점유율 확대’에 있다고 본다.
먼저, 통신사의 본업을 살펴보자. 통신사의 핵심 시업은 통신 제공 및 품질 유지이다. 기지국 설치, 주파수 경매, 엔지니어 고용과 관리 등이 본업과 관련한 필수 비용이다. 그외의 비용인 단말기 할인(보조금)과 매장은 고객 모집을 위한 마케팅과 서비스라 할 수 있다.
단통법은 쉽게 말해 통신사가 단말기에 대해 지급할 수 있는 판촉비인 보조금을 규제하는 법이다. 단통법의 시행으로 통신사는 일정 수준 이상의 보조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되었으며 어느 통신사에 가도 단말기 가격이 유사해졌다. 통신사는 더 이상 ‘공짜폰’으로 고객 모집 마케팅할 수 없게 되었지만 신형 휴대폰 단말기 비용을 고스란히 고객에게 전가할 수 있게 되어 수익성이 좋아졌다 (관련기사 3).
단말기 보조금 걱정이 없어진 통신사의 남은 과제는 매장 비용 축소 및 효율화이다. 하지만 이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직영 매장을 유지하려면 직원이 필요하다. 브랜드 이미지와 효율성을 위해 매장 위치를 이동 인구가 많거나 접근성이 좋아야 하고, 이는 높은 수준의 임차료를 뜻한다. 게다가 임차 계약 준수, 인테리어 시공비 회수 등 고려 사항이 많아 매장을 쉽게 닫거나 이동하긴 어렵다. 그렇다고 고객 모집을 대리점에 무작정 위탁할 수도 없다. 대리점을 통해 고객을 모집하면 수수료와 인센티브를 부담해야 한다. 지역에 따라 직영 매장 운영비보다 비용을 지급해야 할 수도 있다. 직영 매장이든 대리점이든 고객 모집을 위해 매장 관련 비용은 통신사의 고민거리이다.
무인 매장으로 비용 합리화와 시장 점유율 확대란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다.
무인 매장은 SK텔레콤의 매장 고민을 해결한다. 비용 효율적으로 매장을 오픈할 수 있고 직원 고용할 필요도 없다. 인건비, 임차료 등 관련 비용 모두 축소하거나 동일한 비용 수준으로 더 많은 매장을 열 수 있다. 나아가 고객은 구매 편의성이 좋아지는 서비스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 접근성 좋은 무인 점포를 통한 가입이 증가하면 SK텔레콤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진다. 그러나 이 전략은 모든 통신사가 공급하는 단말기 가격이 일치할 때 가능하다. 경쟁사가 더 저렴하게 판매한다면 고객은 결쟁사로 향하고 무인 매장을 이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SK텔레콤에게 현행 단통법을 필요로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2. 무인 매장 안착시, 제조사 양극화 예상
본 계획에 따르면 무인 매장에는 벤딩머신(자판기)이 들어선다. 향후 무인 매장이 전 통신사에 확대되면 중소형 휴대폰 제조사가 설 자리가 없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판기는 최대 30가지~50가지의 상품을 보관할 수 있다. 휴대폰 하나의 모델에 통상 색상 3가지, 메모리 용량 3가지로 총 9가지 선택지가 있다. 휴대폰 제조사는 통상 저가형, 표준형, 고가형 모델 3종을 출시하는 만큼 제조사당 27개로 거의 자판기 1대를 다 쓴다고 보면 된다. 삼성전자처럼 여러 모델을 보유하는 경우 자판기가 더 많이 필요하게 된다. 무인 매장을 소유하는 통신사는 모든 제조사의 모델을 수용할 수 없다. 결국 유통 채널을 갖는 통신사는 여러 제조서 모델 중 어떤 모델을 자판기에 입점시킬지 결정 권한을 갖게 되고 이는 할인점, 백화점, 편의점 같은 유통사와 흡사하다. 결국, 무인매장을 운영하는 통신사는 마치 유통사처럼 매장을 운영하고 입점할 기기를 선택한다.
자금력과 브랜드력이 있는 제조사는 직접 자판기를 일부 부담하는 조건으로 자사의 모델만 전시하는 자판기를 무인 매장에 입점할 수 있다. 하지만 자금이 부족한 중소 제조사는 통신사가 마련한 자판기에 허용받은 공간에만 진열하게 된다. 유인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은 상담직원의 설명을 들으며 유명 브랜드부터 중소 브랜드까지 고객의 선택을 받을 기회가 있었다. 무인 매장이 안착되면 고객 스스로 휴대폰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매장을 방문해 기기를 구매한다. 매장 직원이 저렴한 휴대폰을 추천하는 과정이 없어져 중소 휴대폰 제조사의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 브랜드력이 있는 유명 제조사는 무인 매장으로 걱정이 없다. 오히려 주요 모델요만 집중해 수익성이 좋아질 것이다. 반면, 중소형 휴대폰 제조사의 경우 자체 브랜드 마케팅이 없으면 설자리가 좁아지게 될 것이다.
3. O2O 바로 도착 서비스, 만족도 유지 여부는 ‘관망 필요’
SK텔레콤의 ‘바로 도착’ 서비스로 고객 편의성은 분명 증대한다. 하지만 바로 도착 서비스가 유인 매장의 서비스 수준을 그대로 구현할 수 있는지를 지켜봐야 한다. 또 SK텔레콤가 이 서비스를 시행하면 배달 서비스의 리스크까지 해결해야 한다.
‘바로도착’ 서비스는 주문 배달과 유사하다. 고객이 주문하면 약속된 시간에 개통 ’T매니저’가 도착해야 한다. 지금도 우리는 음식 배달이 지연되면 불편함을 느끼는데 제한된 시간에 약속이 집중 될 경우 T매니저가 모두 방문할 수 있을까? 나아가 직원 이동 중 교통사고에 대한 보상과 보호, 방문 매니저의 범죄 가능성 방지 등에 대해 충분히 준비 할 수 있을 까?
전국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행하려면 지금보다 무수히 많은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 현재의 유인 매장을 모두 매니저로 전환해도 턱없이 모자를 것이다. 만일 단시간에 서비스 확대를 목표로하고 있다면 어느 수준의 외주화가 불가피하다. 과연 SK텔레콤은 ‘외주화’ 관련 리스크를 적절히 통제할 수 있을까? 각 방문 매니저가 고객이 기대하는 서비스 수준을 만족할 수 있을까? 바로드림 서비스에선 방문 매니저가 SK텔레콤에 대한 첫인상을 좌우한다. 방문 매니저의 잘못된 응대로 고객 불편 사례가 쌓이면 브래드 이미지가 손상 될 수 있다.
휴대폰 개통, 수령, 중고폰 반납의 전 과정을 효과적으로 바꾸려는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아쉬운 점은, 이번에 발표한 전략은 쉽게 모방이 가능하다. SK텔레콤의 전략이 시장 1위 사업자의 지위를 굳게 지킬지, 시행착오만 겪다 오히려 경쟁자에게 추월 당할지 지켜봐야 한다.
(관련기사 1)
(관련기사 2)
(관련기사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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