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필자의 경험을 토대로 작성하였으며, 필자의 사견임을 전제로 합니다.
할인점의 부진은 ‘온라인 경쟁으로 인한 것’이란 분석이 항상 1순위입니다. 하지만 본 글은 할인점의 위기를 다른 관점에서 짚어보고자 합니다.
필자가 근무했을 적에 할인점의 핵심역량을 one-stop shopping이라고 반복해서 강조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절에 이것이 맞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이는 핵심역량이 아닌 강점에 불과한 신기루임을 깨달았습니다.
핵심역량의 요건은 “가치를 창출하고, 희소하고, 모방불가능하고, 대체불가능해야 한다 입니다. 만일 할인점이 핵심역량이 있었다면 고객이 이탈하지 않았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제가 본사 근무할 당시 포인트 적립 회원을 핵심역량이라 본적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유통 경쟁현황을 보면, 할인점이 사업이 1990년후반대 부터 시작했음에도 포인트 적립 회원들 조차 온라인 쇼핑으로 떠난 것을 보면 할인점이 차별화된 매력을 주지 못했다는 사실만 방증한 것 같습니다.
현재의 시점에서 복기 해보니, 진정한 핵심역량 및 경쟁력의 판단 기준은 고객, 특히 단골 고객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계기는 필자의 유소년기에 자주 방문한 중국 음식점 사례에서 발견했습니다.
필자의 어릴적 동네에 웅비성이란 중국점이 있었습니다. 그 중국점은 10년 이상을 한 동네에서 영업을 했습니다. 그 기간에 여러 신규 중국집이 들어섰지만 곧 철수했습니다. 중국집처럼 차별화가 어려운 분야에 웅비성이 흔들리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 동네의 모든 사람들이 단골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저를 포함해 주변의 사람들이 웅비성이 아닌 짜장면을 먹으면 한결 같이 맛이 이상하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한 곳에서 먹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고객들의 입맛이 웅비숭에 길들여진 것입니다. 게다가, 웅비성이 오랫동안 영업했기에 대부분의 고객들은 사장과 안면있는 관계가 되고 그 아이들과 함께 자라는 등 ‘정’이 든 것입니다. 그 결과, 신규 오픈하고나 주문이 밀리는 경우 때에만 경쟁 음식점을 방다했다. 그 반면, 경쟁 음식점은 제대로 꾸준한 단골, 꾸준한 수입을 확보하지 못하고 도태한 것으로 필자는 해석합니다.
필자의 경험을 토대로 단골 고객을 정의한다면 “꾸준히 거래 관계를 장기간에 걸쳐 지속한 결과, 경쟁사를 방문하는 것 조차 불편하여 하나의 사업장을 감성적으로 편애하는 고객”이라 정의하겠습니다. 단골 고객 형성이란 부분에서 할인점은 절대적 약자입니다. 수 많은 고객과 1:1친분을 맺지 못하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대기업의 경우, 강제 발령제도가 있어 친분을 맺어도 몇년 안가 다른 지점으로 배치됩니다. 고객은 한 매장에 꼭 방문해야 할 필요가 없어, 죄책감 없이 경쟁사의 서비스를 이용해보고 편함을 느끼면 그 경쟁사로 이탈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단지, 그 경쟁사가 온라인 쇼핑 일 뿐입니다.
핵심역량 혹은 경쟁력이란 것은 경가자가 단골 고객이 쉽게 이탈하지 않으면서, 나아가 외부의 새로운 고객을 모집하고 이들을 단골로 묶는 힘입니다. 그리고 이 힘을 키우기 위해 기업이 R&D에 계속 투자해야 하는 것입니다. 만일, 그 동안 마트 3사가 순이익과 잉여현금으로 먼저 온라인쇼핑몰을 개설하고, 당일 배송을 실현했다면 현재의 인터넷 쇼핑 양상은 달랐을지도 모릅니다. 할인점의 부진은 고객의 특성을 파악하는 노력을 게을리하고 방문하는 고객들이 영원히 재방문할 것이란 전제로 사업을 한 결과입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골목상권을 포함한 동네 슈퍼의 부진을 할인점에 있다고 주장하고 영업을 규제하였습니다. 지금의 할인점은 온라인 쇼핑으로 인해 힘들어 하고 있으니, 온라인 쇼핑몰의 출점과 개설이 골목 및 동네 상권을 위협하는 것일까요? 앞으로 온라인 쇼핑을 규제하면 기존 상권과 할인점의 실적이 돌아올까요? 규제와 사회적 합의는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 필요합니다. 하지만, 몸 담은 사업장의 단골 고객을 꾸준히 늘리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결국엔 외부요인으로 도태되거나 내부요인으로 인해 자멸합니다.
최초 등록일 : 2019-07-31
수정 등록일 : 2019-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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